괜스레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괜스레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접점도 없고, 겹치는 취향도 없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다. 취미도, 직업도 다르다. 하다 못해 같이 좋아하는 음식 따위도 없다. 생각도, 지향도, 살아 온 인생도 살아갈 인생도 다르다. 그러나 말 한 마디라도 더 건네고 싶고, 조그만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이가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니가 무슨 상관이라고. 많은 경우, 주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괜히 내가 오지랖 부리지 말라고 비웃었을 게 분명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런 호의는 폭력이 되기 쉽다. 이상한 일이다. 아무런 공통점 하나 없이 누군가에게 이런 종류의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평범한 일은 아니다. 연애감정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잘 생각해보면, 내가 그에게서 봤던 것은 어떤 상처였는지도 모른다. 깊은 우울감, 외로움과 어딘가에서 받았던 상처.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고, 내가 받았던 것이었으며, 그리고 내가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하는 고민은 내가 겪었던 고민이었고, 그가 아파하고 있는 건 내가 아팠던 상처였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덜 아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묻고 싶었다. 그의 자존감을 어떻게든 붙들어 주고 싶었다. 당신은 이만큼 가치 있고 멋진 사람이라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좌절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그 말들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을지는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꼰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조금은, 조금은 멀찌감치서 그(들)를 응원하기로 했다. 무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만 그가 도움을 청할 때 언제든지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거리에서.

나는 이쯤 서서 당신을 응원할 터이니, 그 행복을 간절히 빌 터이니.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