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일어난 이토록 다양한 이유들

아, 지진. 그것은 지구가 준 선물

2017년 11월 15일 오후, 지진이 일어났다. 기상청 관측 이래 두 번째 규모. 부상자 82명과 이재민 1,797명을 남긴 기록적인 재해였다. 물론 이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커다란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SBS가 교육부의 수능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는 것을 한겨레가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여기에…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던 수능이 미뤄졌다. 2006년 APEC, 2010년 G20 이래로 세 번째 연기. 그러나 수능 전날에 연기가 결정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대학 입시를 목숨만큼이나 중요히 여기는 나라에서, 또 대학 입시 실패가 죽음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나라에서, 이는 꽤 큰 혼란을 불러올만한 사건이었다.

동시에 어떤 이들에게 이는 선물이기도 했다. 몇몇 사교육 업체는 이를 ‘하늘이 준 선물’이라 불렀고, 성급히 ‘지진 특강’을 열었다. 학생들에게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지구가 준 기회라 홍보했다. 물론, 지구가 또는 하늘이 공부가 부족했던 학생들을 위해 지진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고, 또 그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진이 왜 때문에 일어났다고…?

이를 그보다도 더욱 전근대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 말이다.

ⓒ뉴스1

하나.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은 17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지진에 대해 “문 정부에 대해 하늘이 준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고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천심’이라니. 그에 따르면 아마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제사장이 틀림 없다. 신이시여, 지진을 멈춰주소서. 비를 내려주소서. 아, 이 나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은 역시 최순실이었다는 말인가.

 

ⓒ목포주안교회 유튜브

둘. 뉴스엔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영암삼호교회 이형만 목사는 이번 지진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종교계에 과세 문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다 세금을 내라 하나. 하나님께서 가만 있지 않는다. 하나님을 건드릴 때, 국가에 위기가 바로 다가오는 거다. 그걸 체감해야 한다.” 얼쑤. 자신에게 세금 내라 했다고 그것이 곧 하나님을 건드린 것이 된다. 하나님이 한국에 목사로 현신해 있으신 줄은 제가 미처 몰라뵙고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아이고.

셋. 포항 한동대학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이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놀랍게도 한동대 관련 SNS와 단톡방은 성소수자 혐오로 들끓었다. 주된 내용은 이렇다. 지진이 발생한 이유는, 한동대 인권법학회에서 주최할 예정이던 임보라 목사 초빙 강연이라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목사를 학교에 데려오려 했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 세상에, 그쪽 아버지 참 바쁘시네.

 

이토록 흔한 반지성주의

그들에게 지진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리적 이유’는 이토록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할 대상에 대한 직관적인 투사가 우선시될 뿐. 논리와 이성을 버리고, 직관과 경험, 감정을 우선시하는 것, 우리는 이를 바로 반지성주의라 칭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지식과 지성, 앎과 논리보다 분노와 적대, 감정이 중요시되는 사회, 이런 토양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만이 싹틀 뿐이다. 나치가 그랬고, 매카시즘이 그러했듯이.

위의 사례들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지성주의는 더욱 더 비근하게, 또 숱하게 사람들 곁에서 움직이고 있다. 때로는 지성의 탈을 쓰고서, 내 편에 가까운 지식만, 나를 해하지 않는 지성만이 지성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던 어용 지식인, 어용 시민이라는 말도 크게는 반지성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안 된다.

지성과 지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반지성과 반지성이 대결하는 구도 아래서 살아남는 것은 오로지 갈등과 적대, 불신과 냉소 뿐이다. 공부하고, 또 연구하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지닌 이를 ‘천벌 받을 사람’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거기서 모든 대화와 이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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